상명대학교박물관 유물을 만나다 (94) 프랑스 세브르
- 작성자 박혜진
- 작성일 2019-03-20
- 조회수 21830
세브르 화병, 1771년
1710년, 독일 마이센에서 유럽 최초의 경질 자기 제작에 성공할 때 즈음, 프랑스의 도자기 공장들은 아직 고령토를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부드러운 크림 색깔의 섬세한 상아색 유리질을 띄고 있는 연질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1740년, 파리 동쪽에 위치한 뱅센(Vincennes)에 왕실도자기 제작을 목적으로 한 사설 도자기 공방이 문을 열었다. 루이 15세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자기 애호가 퐁파두르 부인은 이 공방을 국가 소유로 만들었고, 파리 남서쪽 세브르로 이전하게 한 후, 독일 마이센과 같은 자기 개발을 하게 하였다. 1768년, 리모주에서 고령토층이 발견되면서 백색 경질 자기 개발은 급진전되어 1769년, 세브르는 본격적으로 중국식 경질 자기 공장으로 전환되었다.
일단 경질 자기가 개발되자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세브르는 마이센과 대등한 명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세브르는 다른 국가들처럼 동양의 자기를 모방하려 하지 않고 바로크 시대 건축물, 섬유의 문양, 금속공예, 그리고 파이앙스(16세기 초 프랑스에서 도기나 질그릇에 주석 유약을 칠해 생산된 도자기)에서 그 디자인을 빌려 왔다. 그 결과 세브르 특유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로코코 예술의 정수를 완성하게 되었다.
세브르는 1780~1800년대 혁명의 시대를 거치면서 국영화가 이루어졌다. 국영 세브르는 신고전주의풍을 추구했던 영국 웨지우드 스타일에 보석이나 모조품을 곁들인 디자인을 취급하게 되었고, 나폴레옹의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더 운치 있고 무거운 엠파이어 양식의 디자인이 등장하게 되었다.